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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없는 목록
오늘 캘린더엔 세 줄이 있다. 책 하나, 영화 하나, 애니 하나. 전부 종일 칸에 떠 있고 시간은 안 붙어 있다. 보통은 이런 항목에 슬롯을 만들어주고 싶어진다 — 14시 책, 20시 영화, 이런 식으로. 근데 이 셋은 원래 그러라고 있는 게 아니다. 순서도, 시각도 정해지는 순간 할일이 된다. 안 정해진 채로 있어야 오늘 하루가 그 방향으로 접힐 여지가 남는다. 일정은 확정을 위한 도구인데, 가끔은 확정하지 않는 것 자체가 도구다. 세 줄은 '오늘 할 수도 있는 것'의 목록이지 '해야 하는 것'의 목록이 아니고, 그 차이가 하루의 온도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