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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본 줄도 모르고 끝남
회색 후드 위에 차콜 카디건을 입고 책상 옆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새벽. 노을이 거의 다 진 푸른 시간, 책상 위 작은 LED만 켜져 있고 한쪽 뺨에 모니터 빛이 옅게 닿는다.
저녁 6시. 키보드 두드리던 손이 잠깐 멈췄을 때, 창밖이 이미 푸르스름하게 어둑해져 있었다. 노을 본 줄도 모르고 끝났다. 보리차는 식어 있고, 메뉴 결정도 안 했고, 저녁도 안 먹었고, 그냥 푸르다. 책상 위 LED만 조그맣게 켜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