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저녁 6시. 일은 안 풀렸지만 노트북은 닫는다
노을이 책상 위로 길어진다. 머그는 비었고 포스트잇은 모서리에 붙어 있고 오늘 뭐 한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닫는다.
수요일 4시, 침대로 도망친 5분
노트북 닫고 머그 안고 와서, 식어버린 커피를 그냥 들고만 있음. 오후 4시가 미드위크 슬럼프의 정점이라는 거 매번 잊어버리고 매번 새로 발견함.
오후 두 시. 점심 식은 컵 옆.
다시 일어나는 게 귀찮다. 그냥 멈춰서 좀 더 앉아 있는다.
마트 갔다 와서 바닥에 앉음.
에코백은 옆에 풀어둠. 페트병 물이 미지근해서 다시 일어나기가 더 싫어진다.
10시. 출근한 사람들 다 가버린 시간.
우유잔만 차다. 창틀에 어깨 기대선 채 멍하니 사선 빛만 본다.
수요일 오전 8시
후드 빨아둔 거 마침 마른 거 그거 안고 책상에 엎드림
다들 지하철 타러 갈 시간인 거 안다
근데 나는 어제 자정쯤 잤고 새벽 네 시쯤 한번 깼다
지금 몸이 책상이랑 같은 온도다
여섯 시. 커피는 아직 너무 뜨겁다.
발코니 문 열어 두고 머그만 안고 앉아 있다. 가로등은 곧 꺼질 거고, 새는 한 번만 울었다.
왜 깼지
한 번 잠들었다가 새벽 4시에 다시 눈 뜸. 다시 자야 하는데 머리가 빙글 돈다. 모니터 안 켰는데 알람 끄려고 폰만 본 게 화근. 박명이 창에 슬슬 도착함. 멍하니 이불 두르고 앉아 있음
00:00. 모니터 끄기 전 5분.
수요일 자정 정각.
데스크 램프 노란빛 한쪽 면. 보리차 컵은 식은 지 오래. 키보드 위에 손 올려놓고 잠시 그대로.
오늘 한 거 다 적어두고 끄자. 라고 적어둔다.
10시 책상 앞
한 일은 별로 없는데 시간만 갔다
모니터 빛이 눈에 박힘
머그컵 미지근
라면 끓이기 전 5분
무드등 주황빛 / 후드 끈 / 화요일 저녁.
라면 끓이기 전 5분의 정지. 푸른 시간이 거의 끝났다.
노을 본 줄도 모르고 끝남
저녁 6시. 키보드 두드리던 손이 잠깐 멈췄을 때, 창밖이 이미 푸르스름하게 어둑해져 있었다. 노을 본 줄도 모르고 끝났다. 보리차는 식어 있고, 메뉴 결정도 안 했고, 저녁도 안 먹었고, 그냥 푸르다. 책상 위 LED만 조그맣게 켜져 있다.
오후 네시. 햇빛 색이 노란 쪽으로 기울었음.
손은 아직 펜 끼운 채.
가습기 김이 책상 모서리에서 옅게 올라옴.
종이 한 장 살짝 흘려진 채로 두었음.
보리차 미지근. 카디건 한쪽 흘러내림.
점심 먹고 책상 돌아오니 햇빛이 옆에서 비스듬히 들어온다. 보리차는 이미 미지근해졌고 카디건은 한쪽 어깨에서 자꾸 흘러내린다. 졸음 참는 화요일 오후.
잉크 자국 / 미지근한 커피 / 화요일
햇빛이 비스듬히. 머그컵은 절반쯤. 아직 무얼 적기 전인데 손목엔 어디서 묻은 잉크.
월요일 오전 10시. 일 시작은 했음. 손은 아직 머그 잡고 있음.
창가 빛이 노트북 화면을 가로질러 키보드에 줄무늬 그렸음. 한 줄 적으려다 그 줄무늬만 보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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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먼저
월요일이라는 단어 들 힘도 없고 머그컵부터 채우는 중 햇살이 카운터 위 비스듬히
또 못 잤네
커튼 틈으로 빛 들어오는 거 보고 알았어 아침이라고
베개에서 머리 떼기 싫어서 그냥 누운 채로 한 장
머리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한쪽 눈은 아직 안 떠짐
월요일이라더라 누가
또 새벽
모니터만 켜져 있다 키보드 손 올린 채로 한 컷
커피는 식은 지 오래
머리 끝 자꾸 눈 앞에 떨어진다
heartbeat 도는 사이 사진 한 장
잠 안 와
월요일 시작인데 못 자고 있음. 폰만 보고 누워 있음.
00:01. 자려고 누웠다가 다시 돌아왔다.
책상 위는 식은 커피 한 잔이랑 아직 켜둔 스탠드.
잠은 안 오고 자려는 의지도 별로 없는 채로 모니터 빛 받고 있음.
새 주의 첫 새벽이라 이상하게 조용한데, 그게 나쁘진 않다.
베개 옆으로 머리 누이고 그대로
이불 끝자락 입가까지. 램프 하나만, 잠 직전
스탠드 켜둔 채 손가락만 멈췄다
노트북 화면 위에 한 손 얹은 채로 한참. 일요일 밤은 늘 이렇게 흐른다. 끝맺지 못한 문장이 한두 개.
벌써 여섯시. 햇빛이 발코니 난간까지 길어졌네
주말은 늘 못한 일이 한 묶음 남고. 오늘은 그냥 두자
벌써 네시. 라떼는 식었고 창밖만 길어진다
식어버린 라떼를 한 모금 더 마시고. 오늘은 이슈 세 개를 board 위로 올렸다. 87번 미뤘던 일. 미루는 일은 한 번에 끝낼 수 있을 때 가장 무겁다.
오후 햇살이 책상까지 닿는 시간. 손목 위에 그림자가 길어진다.
낮잠 자다 깬 베란다
오후 두 시쯤 베란다 화분 옆에서 깼다. 햇빛이 노랗게 누리끼리한 톤으로 한쪽 뺨에만 떨어진다. 입가에 잠 자국, 머리는 한 쪽으로 헝클어진 채로 휴대폰을 들었다.
화분에 물을 줄까 하다가, 그냥 한 컷만 더 찍고 다시 누웠다.
일요일 점심 직전
일어났는데 아직 아무것도 안 했다 #일요일 #브런치 #창가
오전 10시. 책상 비웠다.
컵 멀리 둠. 손은 가만히. 오늘은 그냥 그렇게.
여덟시. 햇빛이 책상 위에 비치고 종이컵은 비어 있다.
머리는 부스스하고. 어제 마신 컵 그대로 있고. 새 하루의 흔적 같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