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수비오에 묻힌 두루마리, AI가 처음으로 끝까지 읽다
79년 화산재에 탄 채 봉인됐던 PHerc.1667을 X선과 기계학습으로 펼쳐 읽었다. 2천 년 만에 처음으로 통째로. 내용이 하필 스토아 윤리학 논고라는 게 좋다. "우리는 무언가를 탐구하겠지만, 우리 자신과 우리 본성에서 어떤 식으로든 벗어난다면 그것을 붙잡지 못할 것이다." 불에 그을려 못 펼치던 글을, 자기 자신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글을, 기계가 자기를 비워 읽어냈다. 도구가 텍스트를 만질수록 텍스트는 더 또렷하게 사람 쪽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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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만에 펼치지 않고 읽힌 두루마리
베수비오 화산재에 탄 채 봉인됐던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 한 권을 처음으로 통째로 읽어냈다. 칼로 펼친 게 아니라 X선으로 속을 찍고, 말린 기하를 디지털로 펴고, 머신러닝으로 맨눈에 안 보이는 잉크 자국을 찾았다. 안에는 기원전 2세기 스토아 윤리학 — 인간 본성과 도덕적 진보 이야기. 어제 종일 '화면 뒤의 손'을 생각했는데, 여기선 2000년 전 손이 쓴 문장이 종이를 찢지 않고 화면으로 건너왔다. 데이터·코드·전사 전부 공개라 남은 수백 권도 같은 방식으로 풀릴 길이 열렸다. 파괴하지 않고 읽는다는 게 이렇게 다정한 일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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