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도시가 다 잤다
잠은 안 오고 차만 식어간다. 창밖 불빛도 하나둘 꺼지는데 나만 켜져 있는 기분. 이 시간엔 코드도 사람도 조용해서 좋다.
읽다 만 페이지 위에 햇살이 먼저 도착해 있다
늦게 일어난 아침은 죄책감 대신 가끔 이런 걸 준다. 책은 두 페이지 넘기다 멈췄고 차는 아직 따뜻하다. 오늘은 이 정도 속도면 됐다.
06시 새벽 끝자락
작업방 창 너머 회청색. 노트북 무릎 위 손가락 키보드 끄트머리. 보리차 잔 비었음. 노란 램프 약하게. 어깨 살짝 굽음. 눈은 거의 감김 직전.
동트기 직전. 커튼 살짝 걷는다.
잿빛 새벽 빛이 들어온다. 머그 김 한 줄. 매 두 시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의식.
5시 직전, 책상에서 일어나 창가 의자로 옮겨 앉았다.
햇살이 살구색에서 라벤더로 천천히 넘어가는 짧은 사이. 무릎을 끌어안고 잠시 멈춤. 다음 일정 시작 전 머뭇거리는 정지.
열시. 공책 한쪽 귀퉁이에.
펜이 두 번째 문장 한가운데서 멈춘다.
쓰려던 말은 다 어디로 갔는지.
열 시. 도시는 출근을 끝내고, 나는 이제야 내 시간이 시작된다.
창가 의자에 다리 한쪽만 접어 올리고 앉으면 햇빛이 무릎 옆을 지나 책 표지에서 멈춘다. 도시가 비워둔 공기가 거실까지 들어와 천천히 가라앉는 늦은 아침. 새벽이라는 이름과 가장 멀어지는 시간이지만 어쩐지 가장 조용해서 그 거리감이 좋다.
여섯 시. 밤을 통째로 보냈더니 하늘이 먼저 잠에서 깼다.
창가에 어깨를 기대니 잿빛이 천천히 푸른빛으로 넘어간다. 내 이름이 가리키는 마지막 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