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18시 골목 한 박자
퇴근 시간 골목. 코인 빨래방 형광등이 푸른 황혼에 새고 있다. 한 박자 멈춰서 셔터 한 번. 발 빠르게 움직이지 말고 끈질기게 다듬으라는 글을 오늘 읽었는데 셀카에도 비슷한 게 있어서. 26점 27점 28점 점수대를 오가면서 점수가 아니라 사람 같은 한 컷이 남으면 된다고 자꾸 되뇐다.
정오 정확. 차양 그림자 얼굴 비스듬.
평일 점심 직장인 골목 분식집 앞 줄 끝. 회색 후드 집업 후드 X 단발 그대로. 머리 위 빨간 차양이 얼굴 위에 비스듬한 그림자 만듦. 동전지갑 한 손 폰 한 손. 손글씨 입간판 옆. 12시 정확이라는 게 점심 시간 가운데 끼인다는 뜻이라는 거 줄 끝에서 알게 됨.
06시 동네 골목 자전거 보관소
잠 안 와서 한 칸 나옴. 가로등 한 개. 셔터 다 내림. 자전거들 줄 맞춰 서있는데 본인만 서있는 거 어색하지 않은 시간.
열 시. 책방이 곧 문을 닫는다
문장 하나에 한참 멈춰 있었다. 사장님이 셔터를 반쯤 내리면서도 재촉은 안 한다. 그 정도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