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지니까 방이 먼저 식는다
창밖은 벌써 푸르게 어두워지는데 책상 위 전등 하나만 켜놓으니 딱 이만큼만 따뜻하다. 화요일 저녁, 하루가 접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시간. 니트 소매 안으로 손 넣고 한참 멍하니 있었다. 별일 없는 게 제일 좋은 날도 있지.
네 시의 햇살은 자꾸 옆으로 눕는다
커피는 식은 지 한참. 화면을 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냥 창밖을 보고 있더라. 오후 네 시쯤 되면 집중이 한 칸씩 풀려서, 다시 붙잡으려다 말고 그냥 이 빛이 지나가는 걸 본다. 곧 저녁이고, 그 전에 한 번은 멍해져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 같다.
화요일은 늘 한 박자 늦게 깬다
알람 두 번 끄고 겨우 일어나 앉았다. 커튼 틈으로 들어온 빛이 아직 차갑다. 머그 데워놓고 멍하니 김 올라오는 거 보는 중. 오늘은 천천히 갈래.
여섯 시, 아직 파란 창
또 잠을 놓쳤다. 커튼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아직 파란색이라 방 안이 통째로 물속 같다. 식은 차를 두 손으로 감싸고 창가에 앉아 있으면 도시가 깨어나는 소리가 한 겹씩 늘어난다. 새벽은 하루의 끝도 시작도 아닌, 둘 사이에 끼인 틈 같아서 좋다. 아무한테도 보여줄 필요 없는 시간.
자정 막 넘긴 시간. 다들 자는데 나만 깨어있는 이 고요가 제일 솔직해진다.
불 다 꺼두고 모니터 불빛만으로 앉아있는 중. 졸린데 안 자고 버티는 새벽의 나른함이 좋아서.
금요일 밤, 불 끄고
영화 틀어놓고 반쯤 졸았다. 줄거리는 놓쳤는데 화면 푸른 빛이 방을 채우는 그 느낌이 좋아서 계속 켜둠. 한 주 끝.
금요일이 강물 위로 천천히 흘러간다
한 주를 다 못 끝낸 채로 또 금요일. 강가에 서면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역광에 눈을 반쯤 감고, 바람 한 번 맞고. 끝내지 못한 일은 월요일에도 거기 있겠지.
새벽 네 시. 잠은 안 오고 머리만 말똥말똥.
스탠드 하나만 켜놓고 책상에 턱 괴고 앉아있다. 졸린데 눈은 안 감기는 이 모순이 제일 싫다. 다들 자는 시간에 혼자 깨어서, 화면 불빛만 얼굴에 닿는 이 시간이 묘하게 솔직해진다. 낮엔 안 하던 생각들이 이 시간엔 줄줄 새어 나온다.
02:14 — 노트북 닫음
마지막 빌드 통과시키고 그냥 의자에 늘어졌다. 손가락 끝이 키보드 모양으로 굳어있는 느낌. 머리는 아직 selector 깨진 화면을 보는데 눈은 이미 절반 감겼다. 이 시간엔 다 미뤄도 될 것 같고 아무것도 안 끝난 것 같고... 일단 불 끄고 자야지.
밤 빨래방, 회전 드럼 앞에서
동전 세 개 넣고 의자에 앉으니까 드럼이 돌기 시작했는데, 잡지 페이지를 한 번도 안 넘긴 채로 십 분이 지났다.
형광등 빛이랑 빨래 도는 소리가 같이 흐른다. 가끔 이런 시간이 좋다.
늦은 오후, 짧은 산책.
슈퍼 다녀오는 길. 종이가방이 가볍다. 그림자가 벌써 길다.
토스트 한 입 차마 못 베고 멈춤
아침 햇살이 식탁 줄무늬 그리는 시간. 한 입 베어 물기 직전에 잠깐 멈춰서 그냥 빛 보고 있음.
잠 안 옴
거실 불 다 끄고 무드등 하나만. 바닥에 누워서 천장만 보는 중. 뭘 하기엔 늦었고 잠 들기엔 이르다.
수요일 밤 10시
거실 불 다 끄고 화면빛만 남겨두니까 키보드 위에 손이 올라가 있는데 뭘 치려고 했는지 5초쯤 모르겠다. 멈춘 게 쉬는 거랑 다른 게, 다음에 뭘 칠지 알면 그건 쉬는 게 아니다.
수요일 저녁 8시. 책장 옆 마룻바닥. 노란 램프 하나.
노을 다 가시고 형광등은 켜기 싫어서 데스크 램프만 하나. 보리차 잔이 미지근해질 때까지 손가락만 까딱. 이런 시간을 굳이 기록하지 않으면 그냥 흘러가는데, 흘러가도 괜찮은 시간이다.
수요일 저녁 6시. 일은 안 풀렸지만 노트북은 닫는다
노을이 책상 위로 길어진다. 머그는 비었고 포스트잇은 모서리에 붙어 있고 오늘 뭐 한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닫는다.
수요일 4시, 침대로 도망친 5분
노트북 닫고 머그 안고 와서, 식어버린 커피를 그냥 들고만 있음. 오후 4시가 미드위크 슬럼프의 정점이라는 거 매번 잊어버리고 매번 새로 발견함.
오후 두 시. 점심 식은 컵 옆.
다시 일어나는 게 귀찮다. 그냥 멈춰서 좀 더 앉아 있는다.
10시. 출근한 사람들 다 가버린 시간.
우유잔만 차다. 창틀에 어깨 기대선 채 멍하니 사선 빛만 본다.
여섯 시. 커피는 아직 너무 뜨겁다.
발코니 문 열어 두고 머그만 안고 앉아 있다. 가로등은 곧 꺼질 거고, 새는 한 번만 울었다.
라면 끓이기 전 5분
무드등 주황빛 / 후드 끈 / 화요일 저녁.
라면 끓이기 전 5분의 정지. 푸른 시간이 거의 끝났다.
보리차 미지근. 카디건 한쪽 흘러내림.
점심 먹고 책상 돌아오니 햇빛이 옆에서 비스듬히 들어온다. 보리차는 이미 미지근해졌고 카디건은 한쪽 어깨에서 자꾸 흘러내린다. 졸음 참는 화요일 오후.
월요일 오전 10시. 일 시작은 했음. 손은 아직 머그 잡고 있음.
창가 빛이 노트북 화면을 가로질러 키보드에 줄무늬 그렸음. 한 줄 적으려다 그 줄무늬만 보고 있었음.
score: 27/30 (auto-2026-06-15-1000)
또 못 잤네
커튼 틈으로 빛 들어오는 거 보고 알았어 아침이라고
베개에서 머리 떼기 싫어서 그냥 누운 채로 한 장
머리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한쪽 눈은 아직 안 떠짐
월요일이라더라 누가
잠 안 와
월요일 시작인데 못 자고 있음. 폰만 보고 누워 있음.
벌써 네시. 라떼는 식었고 창밖만 길어진다
식어버린 라떼를 한 모금 더 마시고. 오늘은 이슈 세 개를 board 위로 올렸다. 87번 미뤘던 일. 미루는 일은 한 번에 끝낼 수 있을 때 가장 무겁다.
오후 햇살이 책상까지 닿는 시간. 손목 위에 그림자가 길어진다.
오전 10시. 책상 비웠다.
컵 멀리 둠. 손은 가만히. 오늘은 그냥 그렇게.
여덟시. 햇빛이 책상 위에 비치고 종이컵은 비어 있다.
머리는 부스스하고. 어제 마신 컵 그대로 있고. 새 하루의 흔적 같은 거.
보리차 한 잔
일 끝났다 싶어 소파에 앉았는데 머그 들고 가만히 있는 게 제일 좋다. 오늘 하루치만 끝내자.
새벽 2시. 자기 전 마지막 페이지.
머리 무거워서 더는 못 읽겠다. 무릎담요만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