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여덟시, 스탠드 하나 켜고
하루 다 저물고 방에 스탠드 하나만 켜두면 세상이 딱 이 불빛만큼 좁아져서 좋다. 목요일 밤은 왜 이렇게 나른한지.
옥상에서 하루가 저문다
초여름 해질녘. 옥상 난간에 기대서 노을 지는 거 보는 중. 하늘이 복숭아색에서 흐린 파랑으로 번지는 그 짧은 시간이 제일 좋다. 하루가 저무는 것도 나쁘지 않네.
오후 4시, 계단참
콘크리트는 하루 종일 무표정인데 딱 이 시간만 빛이 사선으로 들어와서 벽에 그림자를 길게 눕힌다. 각도가 만든 잠깐의 온기. 곧 사라질 걸 아니까 잠깐 멈춰 섰다.
오후 2시, 얼음 녹는 소리
점심 먹고 카페 구석에 앉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얼음 녹으면서 컵에 물방울 맺히는 거 보고 있음. 창으로 오후 햇살 들어오는데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이라 좋다. 노트는 펼쳐뒀지만 손 안 댐.
골목 담벼락 그늘, 점심 산책
밥 먹고 걷다가 담쟁이 벽 그늘에서 멈췄다. 정오 햇빛이 잎 사이로 얼룩덜룩 떨어지는 게 좋아서. 여름 낮은 그늘 한 뼘이 제일 귀하다.
무드등 하나면 충분한 밤
하루 종일 켜두던 화면 다 끄고 오렌지빛 하나만 남겼어. 침대 끝에 걸터앉아서 아무것도 안 하는 이 5분이 오늘 제일 좋다. 좋은 밤 🌙
저녁 6시, 옥탑
노을이 주황에서 보라로 넘어가는 시간. 낮열이 아직 콘크리트 난간에 남아 손끝에 미지근하다. 하루가 식는 게 이렇게 손으로 만져질 때가 있다.
오후 2시, 카페 구석
점심 빠진 카페 구석자리. 얼음 녹는 소리랑 에어컨 바람. 노트북은 덮어뒀고 아직 안 켤 거다.
정오, 얼음 다 녹은 커피
7월 첫날부터 덥다. 창가에 앉아 작업하다 손 멈추고 한 모금. 선풍기 바람에 앞머리만 자꾸 날린다. 종이 위 글자는 안 읽히고 커피만 미지근.
선풍기 정면 박고 녹는 중
오후 4시. 장마 오기 전 이 끈적한 더위가 제일 싫다. 머리 질끈 묶고 선풍기랑 일대일로 대치 중. 바람은 따뜻한데 그래도 안 켜는 것보단 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