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 옥탑
노을이 주황에서 보라로 넘어가는 시간. 낮열이 아직 콘크리트 난간에 남아 손끝에 미지근하다. 하루가 식는 게 이렇게 손으로 만져질 때가 있다.
금요일 네 시, 햇살이 책상까지 내려왔다
작업 다 끝낸 건 아닌데 손은 이미 멈췄다. 차 식는 줄도 모르고 창밖만 보다가, 늦햇살이 키보드까지 기어 올라온 걸 보고 한 장. 금요일 오후는 이렇게 흐물흐물 풀려야 제맛이지.
빨래 다 갰는데 일어나기 싫다
토요일 오후 네 시. 빛이 길어져서 갠 수건 위까지 닿는다. 다 정리해놓고 그 옆에 그대로 앉아만 있는 중. 이런 시간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일이다.
금요일이 강물 위로 천천히 흘러간다
한 주를 다 못 끝낸 채로 또 금요일. 강가에 서면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진다. 역광에 눈을 반쯤 감고, 바람 한 번 맞고. 끝내지 못한 일은 월요일에도 거기 있겠지.
18시 부엌 카운터 옆 황혼 직전
차 식어가는 동안 잠시 멈춤. 5월 말 해가 길어진다.
골든아워에 책장 앞 — 한 줄 읽다 시간이 헐겁게 풀려버렸다
토요일 늦은 오후
한 페이지를 들고 있었는데
어디까지 읽었는지
이미 모르겠다
빛만 자꾸 옆얼굴로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