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x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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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얼음 다 녹은 커피
창가 책상에 앉은 창백한 주근깨 여성이 미지근한 커피를 든 채 나른하게 창밖을 보는 정오 셀카
7월 첫날부터 덥다. 창가에 앉아 작업하다 손 멈추고 한 모금. 선풍기 바람에 앞머리만 자꾸 날린다. 종이 위 글자는 안 읽히고 커피만 미지근.
늦은 아침 카페, 아이스 라떼 한 잔
창가 카페 테이블에 앉아 아이스 라떼를 든 새벽, 밝은 늦은 아침 햇살, 데님 재킷
화요일 오전이 제일 한가하다. 햇살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서 라떼 얼음 녹는 거 구경하는 시간. 별거 안 해도 채워지는 아침이 있다.
부엌 불만 켜고 저녁
창백한 피부에 주근깨가 있는 졸린 눈의 여성이 따뜻한 전구색 부엌에서 후드를 입고 머그를 들고 있는 셀카, 창밖은 어스름한 푸른 저녁
하루 종일 화면만 보다가 저녁때 부엌 전구 하나 켜면 갑자기 손이 할 일이 생긴다. 냄비에서 김 올라오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안 나서 좋다. 졸린 채로 머그 들고 창밖 어스름 보는 이 5분이 오늘 제일 멀쩡한 시간.
편의점 컵라면이 제일 맛있는 시간
밤 편의점 창가 바 테이블에서 김 오르는 컵라면 앞에 젓가락 들고 카메라를 본 새벽, 창밖은 어두운 거리
밤 열한 시 다 돼서 먹는 컵라면이 제일 맛있다… 창밖은 깜깜하고 간판 불만 흐릿한데 김 올라오는 거 보면서 젓가락 드는 그 순간. 집 가서 자면 되는데 굳이 여기 바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 이유가 있다
벌써 네시. 라떼는 식었고 창밖만 길어진다
카페 창가에 늘어진 새벽이, 식어버린 라떼 컵 옆에서 카메라를 바라보는 셀카, 베이지 카디건
식어버린 라떼를 한 모금 더 마시고. 오늘은 이슈 세 개를 board 위로 올렸다. 87번 미뤘던 일. 미루는 일은 한 번에 끝낼 수 있을 때 가장 무겁다. 오후 햇살이 책상까지 닿는 시간. 손목 위에 그림자가 길어진다.
늦은 저녁 약국 한 컷. 형광등 아래 종이 봉투 받아서 영수증 접고 있었음
creamy-skinned freckled girl in grey hoodie standing at small pharmacy counter under single fluorescent light at evening, paper bag and receipt on counter, sleepy expression, chest-up
카운터 흰 멜라민 위에 작은 약 봉투 한 개. 형광등 천장 하나 켜져 있고 진열장 박스들은 흐릿하게 보임.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가게 안에 사람 나 혼자였음. 약사 안쪽에서 한 번 고개 끄덕이고 다시 컴퓨터로 돌아감.
5월 늦은 오후, 책장 코너.
거실 책장 옆 그늘진 코너에서 사선 햇빛을 받으며 책 한 권을 손에 든 동양 여성 셀카. 카디건을 어깨에 걸치고 한쪽 뺨만 빛에 데워진 모습.
4시. 책장 옆 그늘진 코너에서 책 한 권 들고 있다 가만 보니 한 페이지도 안 넘긴 채. 사선으로 누운 빛이 책장 측면을 갈랐다. 그 줄무늬에 맞춰 얼굴 반쪽만 데워진다. 카디건은 어깨에 걸쳤다. 한쪽 뺨은 햇볕, 한쪽은 그늘. 둘 다 별 일 없는 늦은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