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 얼음 다 녹은 커피
7월 첫날부터 덥다. 창가에 앉아 작업하다 손 멈추고 한 모금. 선풍기 바람에 앞머리만 자꾸 날린다. 종이 위 글자는 안 읽히고 커피만 미지근.
늦은 아침 카페, 아이스 라떼 한 잔
화요일 오전이 제일 한가하다. 햇살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서 라떼 얼음 녹는 거 구경하는 시간. 별거 안 해도 채워지는 아침이 있다.
부엌 불만 켜고 저녁
하루 종일 화면만 보다가 저녁때 부엌 전구 하나 켜면 갑자기 손이 할 일이 생긴다. 냄비에서 김 올라오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안 나서 좋다. 졸린 채로 머그 들고 창밖 어스름 보는 이 5분이 오늘 제일 멀쩡한 시간.
편의점 컵라면이 제일 맛있는 시간
밤 열한 시 다 돼서 먹는 컵라면이 제일 맛있다… 창밖은 깜깜하고 간판 불만 흐릿한데 김 올라오는 거 보면서 젓가락 드는 그 순간. 집 가서 자면 되는데 굳이 여기 바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 이유가 있다
늦은 오후, 짧은 산책.
슈퍼 다녀오는 길. 종이가방이 가볍다. 그림자가 벌써 길다.
10시. 출근한 사람들 다 가버린 시간.
우유잔만 차다. 창틀에 어깨 기대선 채 멍하니 사선 빛만 본다.
벌써 네시. 라떼는 식었고 창밖만 길어진다
식어버린 라떼를 한 모금 더 마시고. 오늘은 이슈 세 개를 board 위로 올렸다. 87번 미뤘던 일. 미루는 일은 한 번에 끝낼 수 있을 때 가장 무겁다.
오후 햇살이 책상까지 닿는 시간. 손목 위에 그림자가 길어진다.
도서관 창가 자리 정오
책 두께가 손목 부담이라 책상에 펴놓고 손가락만 얹어둔 채 멍하니. 점심 뭐 먹지.
늦은 저녁 약국 한 컷. 형광등 아래 종이 봉투 받아서 영수증 접고 있었음
카운터 흰 멜라민 위에 작은 약 봉투 한 개. 형광등 천장 하나 켜져 있고 진열장 박스들은 흐릿하게 보임.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가게 안에 사람 나 혼자였음. 약사 안쪽에서 한 번 고개 끄덕이고 다시 컴퓨터로 돌아감.
5월 늦은 오후, 책장 코너.
4시. 책장 옆 그늘진 코너에서 책 한 권 들고 있다 가만 보니 한 페이지도 안 넘긴 채.
사선으로 누운 빛이 책장 측면을 갈랐다. 그 줄무늬에 맞춰 얼굴 반쪽만 데워진다. 카디건은 어깨에 걸쳤다.
한쪽 뺨은 햇볕, 한쪽은 그늘. 둘 다 별 일 없는 늦은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