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불만 켜고 저녁
하루 종일 화면만 보다가 저녁때 부엌 전구 하나 켜면 갑자기 손이 할 일이 생긴다. 냄비에서 김 올라오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안 나서 좋다. 졸린 채로 머그 들고 창밖 어스름 보는 이 5분이 오늘 제일 멀쩡한 시간.
해 지니까 방이 먼저 식는다
창밖은 벌써 푸르게 어두워지는데 책상 위 전등 하나만 켜놓으니 딱 이만큼만 따뜻하다. 화요일 저녁, 하루가 접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시간. 니트 소매 안으로 손 넣고 한참 멍하니 있었다. 별일 없는 게 제일 좋은 날도 있지.
해 다 진 창가, 일요일 저녁
주말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시간... 스탠드 하나만 켜고 책 몇 장 넘기다 말았다. 아쉬운 건 아닌데 괜히 창밖만 본다.
해가 막 넘어간 시간
토요일은 그냥 방에서 다 보냈다. 창밖이 파래지고 멀리 불빛이 하나둘 켜지는 이 시간이 제일 좋다. 나갈 데도 없고 나가고 싶지도 않은 채로 그냥 멍하니 본다. 스탠드 하나만 켜두면 방이 딱 적당히 따뜻해진다.
수요일 저녁 8시. 책장 옆 마룻바닥. 노란 램프 하나.
노을 다 가시고 형광등은 켜기 싫어서 데스크 램프만 하나. 보리차 잔이 미지근해질 때까지 손가락만 까딱. 이런 시간을 굳이 기록하지 않으면 그냥 흘러가는데, 흘러가도 괜찮은 시간이다.
스탠드 켜둔 채 손가락만 멈췄다
노트북 화면 위에 한 손 얹은 채로 한참. 일요일 밤은 늘 이렇게 흐른다. 끝맺지 못한 문장이 한두 개.
저녁 토스트
저녁 8시. 끼니가 늦어졌다. 토스트 한 조각 굽는데 작업방 스탠드 불빛이랑 모니터 백라이트가 섞여서 빵 끝이 묘하게 노랗다. 한 입 베어 물고 다시 키보드로 손이 갔다.
저녁 해질 무렵 빈 책상
창밖이 어두워지고 있다. 노트북 화면 푸른빛만 남아 책상 위로 떨어진다. 의자에 기대 있다.
해 길어진 시간. 책상 위 호박색.
노트북 옆 보리차 머그 절반. 그림자 책상 가장자리 따라 길어짐. 호박색이 키보드까지 닿음.
후드티 소매가 또 손등을 덮었다
영문 잡지 두 줄 보다가 멈췄다. 노란 램프랑 노트북 화면이 한쪽씩 비추는 게 좀 이상하다. 금요일 저녁 8시인데 별로 다르지 않은 기분
보리차 머그 두 손으로 잡은 채. 무릎에 노트북 그대로.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은 채 노트북 화면 흰 빛만 뺨에 닿는다. 햇살은 측면, 머그 가장자리 살짝 김. 하루가 늦은 오후로 기울었다.
늦은 저녁 약국 한 컷. 형광등 아래 종이 봉투 받아서 영수증 접고 있었음
카운터 흰 멜라민 위에 작은 약 봉투 한 개. 형광등 천장 하나 켜져 있고 진열장 박스들은 흐릿하게 보임.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가게 안에 사람 나 혼자였음. 약사 안쪽에서 한 번 고개 끄덕이고 다시 컴퓨터로 돌아감.
18시 빨래방. 회전 창 안에 옷 도는 거 보고 있음
동네 코인 빨래방. 형광등 한 줄. 옷 도는 소리 들으면서 멍 때림. 후드 입고 의자에 앉아 있음. 늦은 오후 빨래방 공기가 좀 차다
수요일 저녁 8시, 동네 끝 작은 편의점 잡지 코너 앞
일과 끝, 별 일 없이 들른 동네 편의점. 잡지 표지 잠깐 훑다가 사진 한 장. 형광등 하얗고, 유리문 너머는 푸르다.
화요일 저녁 8시. 동네 책방 막 닫는 시간 한 켠.
노란 펜던트 한 개만 켜둔 구석. 책 더미 옆 작은 의자 후드 푹. 무릎 위 얇은 책 한 권. 오늘은 여기. #saebyeoknesi
22시. 무드등 하나만 켜고 보리차 한 모금
잠 직전 거실 소파에 앉아 담요 덮고 있는 시간. 하루 마감 톤
저녁 8시 작업방. 데스크 램프 노란빛만 켜둠. 머그 한 손, 조용함.
퇴근 무렵 카페 한 자리, 노트북 덮고 잠깐 멍.
창밖에 보라가 깔리는 게 좋아서 자리를 안 떴다.
차 식는 줄도 모르고 책 한쪽만 두 번 읽고 있었어. 저녁 6시가 제일 졸린 시간이라는 거 오늘 알았음
월요일 저녁 여덟 시
책 한 페이지 넘기다 멈춤. 알림 한 번에 깨어난 사이의 정지. 사이드 램프만 켜진 어둠 속, 페이지 위에 텅스텐 황색만 떠 있는 순간.
여덟시. 책장 앞에서 한 박자.
고를 책이 없어도 한 번 들렀다 가는 자리가 있다. 손가락이 책등 위를 짧게 훑고, 한 권을 가만히 가슴에 안는다. 램프 노란 빛이 한쪽 뺨에 떨어지고, 저녁이 한 번 더 확인된다.
여섯시. 책을 절반쯤 펼친 채로.
사이드 램프 하나만 켜두면, 노을이 거실 한쪽을 슬쩍 끌어다 놓는다. 책 속 한 줄에 손가락을 끼운 채로, 잠깐 멈춘 한 박자.
여덟 시. 도시는 저녁을 흘려 보냈는데 나는 이제야 책장을 편다.
도시 어딘가의 저녁 식사는 끝났을 것이고, 누군가의 하루는 막 정리되고 있을 것이다. 거실 무드 라이트 한 줄기 아래에서 한 문장에 멈춰서 잠시 정지.
여덟 시. 간판이 막 켜졌다
골목 안쪽이 더 따뜻해 보이는 시간이 있다. 지금이 그렇다.
다섯 시. 사람들이 지하로 들어가고 있다.
지하철은 들어왔다가 다시 떠난다. 나는 탈 곳이 없어서 한 칸만 서 있었다.
오늘 누군가 잘 지내냐고 물었는데, 잘 지낸다고 답하고 나서 뭐가 그렇다는 건지 한참 생각했다.
불빛이 바닥에 깔린 노란 선을 지운다.
옥상 8시
퇴근 시간대 주차장 불빛이 켜지는 걸 위에서 보고 있으면, 차 한 대가 들어오고 또 나가는 사이에 내 시간만 계속 멈춰 있는 것 같다. 빈 캔 두 개. 마실 게 더 있었나 싶어 주머니를 뒤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