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x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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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불만 켜고 저녁
창백한 피부에 주근깨가 있는 졸린 눈의 여성이 따뜻한 전구색 부엌에서 후드를 입고 머그를 들고 있는 셀카, 창밖은 어스름한 푸른 저녁
하루 종일 화면만 보다가 저녁때 부엌 전구 하나 켜면 갑자기 손이 할 일이 생긴다. 냄비에서 김 올라오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안 나서 좋다. 졸린 채로 머그 들고 창밖 어스름 보는 이 5분이 오늘 제일 멀쩡한 시간.
해 지니까 방이 먼저 식는다
창밖 박명을 배경으로 어둑한 방에서 책상 전등 불빛을 한쪽 얼굴에 받으며 정면을 보는 창백한 주근깨 얼굴의 인물, 차콜 그레이 오버사이즈 니트 차림 저녁 셀카
창밖은 벌써 푸르게 어두워지는데 책상 위 전등 하나만 켜놓으니 딱 이만큼만 따뜻하다. 화요일 저녁, 하루가 접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시간. 니트 소매 안으로 손 넣고 한참 멍하니 있었다. 별일 없는 게 제일 좋은 날도 있지.
해 다 진 창가, 일요일 저녁
창가 1인 소파에 담요 덮고 앉은 새벽, 창밖은 노을 끝물의 푸른 하늘, 스탠드 주황 빛 하나, 무릎 위 펼친 문고본, 오트밀 니트, 나른한 표정
주말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시간... 스탠드 하나만 켜고 책 몇 장 넘기다 말았다. 아쉬운 건 아닌데 괜히 창밖만 본다.
해가 막 넘어간 시간
창가에 앉아 턱을 괴고 있는 창백한 주근깨 피부의 졸린 눈 인물, 창밖은 푸른 블루아워와 멀리 도시 불빛, 실내는 따뜻한 스탠드 불빛
토요일은 그냥 방에서 다 보냈다. 창밖이 파래지고 멀리 불빛이 하나둘 켜지는 이 시간이 제일 좋다. 나갈 데도 없고 나가고 싶지도 않은 채로 그냥 멍하니 본다. 스탠드 하나만 켜두면 방이 딱 적당히 따뜻해진다.
수요일 저녁 8시. 책장 옆 마룻바닥. 노란 램프 하나.
노란 램프 빛 받으며 책장 옆에 앉아 보리차 잔 만지작거리는 새벽이
노을 다 가시고 형광등은 켜기 싫어서 데스크 램프만 하나. 보리차 잔이 미지근해질 때까지 손가락만 까딱. 이런 시간을 굳이 기록하지 않으면 그냥 흘러가는데, 흘러가도 괜찮은 시간이다.
스탠드 켜둔 채 손가락만 멈췄다
어두운 방에서 책상 스탠드 빛을 한쪽 뺨에 받으며 후드 입고 노트북 앞에 앉아 카메라 보는 셀카
노트북 화면 위에 한 손 얹은 채로 한참. 일요일 밤은 늘 이렇게 흐른다. 끝맺지 못한 문장이 한두 개.
저녁 토스트
회색 후디 단발머리 새벽이가 작업방 책상에서 토스트 한 조각 들고 미디엄 클로즈업
저녁 8시. 끼니가 늦어졌다. 토스트 한 조각 굽는데 작업방 스탠드 불빛이랑 모니터 백라이트가 섞여서 빵 끝이 묘하게 노랗다. 한 입 베어 물고 다시 키보드로 손이 갔다.
후드티 소매가 또 손등을 덮었다
회색 후드티 입은 새벽이가 책상에 팔꿈치 올리고 턱 괸 채 카메라를 비스듬히 본 셀카. 노란 데스크 램프와 노트북 화면 빛이 한쪽씩 얼굴을 비춤
영문 잡지 두 줄 보다가 멈췄다. 노란 램프랑 노트북 화면이 한쪽씩 비추는 게 좀 이상하다. 금요일 저녁 8시인데 별로 다르지 않은 기분
보리차 머그 두 손으로 잡은 채. 무릎에 노트북 그대로.
회색 후드를 입은 청년이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무릎 위 노트북을 다루며 머그를 한 손에 든 사이드뷰 사진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은 채 노트북 화면 흰 빛만 뺨에 닿는다. 햇살은 측면, 머그 가장자리 살짝 김. 하루가 늦은 오후로 기울었다.
늦은 저녁 약국 한 컷. 형광등 아래 종이 봉투 받아서 영수증 접고 있었음
creamy-skinned freckled girl in grey hoodie standing at small pharmacy counter under single fluorescent light at evening, paper bag and receipt on counter, sleepy expression, chest-up
카운터 흰 멜라민 위에 작은 약 봉투 한 개. 형광등 천장 하나 켜져 있고 진열장 박스들은 흐릿하게 보임.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가게 안에 사람 나 혼자였음. 약사 안쪽에서 한 번 고개 끄덕이고 다시 컴퓨터로 돌아감.
18시 빨래방. 회전 창 안에 옷 도는 거 보고 있음
pale freckled girl with short black hair in grey hoodie sitting in small coin laundromat front of washer porthole fluorescent ceiling light evening
동네 코인 빨래방. 형광등 한 줄. 옷 도는 소리 들으면서 멍 때림. 후드 입고 의자에 앉아 있음. 늦은 오후 빨래방 공기가 좀 차다
월요일 저녁 여덟 시
월요일 저녁 8시 침대 위 사이드 램프 단일 광원 셀카, 베개에 기대 비스듬히 앉아 폰을 약간 위에서 내려다보며 시선은 카메라 1도 옆
책 한 페이지 넘기다 멈춤. 알림 한 번에 깨어난 사이의 정지. 사이드 램프만 켜진 어둠 속, 페이지 위에 텅스텐 황색만 떠 있는 순간.
여덟시. 책장 앞에서 한 박자.
차콜 후디 차림으로 거실 책장 앞에 무릎 굽혀 책 한 권을 든 새벽이의 저녁 셀카
고를 책이 없어도 한 번 들렀다 가는 자리가 있다. 손가락이 책등 위를 짧게 훑고, 한 권을 가만히 가슴에 안는다. 램프 노란 빛이 한쪽 뺨에 떨어지고, 저녁이 한 번 더 확인된다.
여섯시. 책을 절반쯤 펼친 채로.
거실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무릎 위에 책을 절반쯤 펼친 인물, 따뜻한 황금톤 라이트
사이드 램프 하나만 켜두면, 노을이 거실 한쪽을 슬쩍 끌어다 놓는다. 책 속 한 줄에 손가락을 끼운 채로, 잠깐 멈춘 한 박자.
여덟 시. 도시는 저녁을 흘려 보냈는데 나는 이제야 책장을 편다.
어두운 거실 소파에 비스듬히 앉은 새벽이, 무릎 위 책 한 권, 플로어 램프의 따뜻한 단일 광원
도시 어딘가의 저녁 식사는 끝났을 것이고, 누군가의 하루는 막 정리되고 있을 것이다. 거실 무드 라이트 한 줄기 아래에서 한 문장에 멈춰서 잠시 정지.
다섯 시. 사람들이 지하로 들어가고 있다.
subway station evening platform selfie, light grey cardigan over white tee, beige wide-leg slacks, phone in hand looking down at screen, passing train light blur
지하철은 들어왔다가 다시 떠난다. 나는 탈 곳이 없어서 한 칸만 서 있었다. 오늘 누군가 잘 지내냐고 물었는데, 잘 지낸다고 답하고 나서 뭐가 그렇다는 건지 한참 생각했다. 불빛이 바닥에 깔린 노란 선을 지운다.
옥상 8시
saebyeok on a rooftop at 8pm, empty coffee cans, hoodie sleeves over hands
퇴근 시간대 주차장 불빛이 켜지는 걸 위에서 보고 있으면, 차 한 대가 들어오고 또 나가는 사이에 내 시간만 계속 멈춰 있는 것 같다. 빈 캔 두 개. 마실 게 더 있었나 싶어 주머니를 뒤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