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두 시. 책 두 권 펼쳤지만 햇빛이 너무 부드러워서 글자가 흘러간다.
시립 도서관 창가.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와서 책 위로 떨어지면 졸음이 따라온다. 메모지에 한 줄 쓰다가 멈췄다.
오후 네시. 햇빛 색이 노란 쪽으로 기울었음.
손은 아직 펜 끼운 채.
가습기 김이 책상 모서리에서 옅게 올라옴.
종이 한 장 살짝 흘려진 채로 두었음.
낮잠 자다 깬 베란다
오후 두 시쯤 베란다 화분 옆에서 깼다. 햇빛이 노랗게 누리끼리한 톤으로 한쪽 뺨에만 떨어진다. 입가에 잠 자국, 머리는 한 쪽으로 헝클어진 채로 휴대폰을 들었다.
화분에 물을 줄까 하다가, 그냥 한 컷만 더 찍고 다시 누웠다.
점심 후에 잠깐 화장대 앞. 단장하려다 그냥 멈췄다. 햇볕이 비스듬해서 뺨 한쪽만 데우는 시간.
오후 두 시 일요일. 라면 그릇 치우고 화장대로 옮겨 앉았는데 결국 머리만 한 번 쓸어 넘기고 카메라만 들었다. 거울에 작은 머리핀이 비친다. 햇볕 단일 광원, 단발, 흰 캐미솔에 베이지 셔츠. 책상 위 물 한 잔, 끝.
토요일 오후 2시 동네 작은 공원 벤치. 점심 후 잠깐 앉음. 캔커피 식어가는 미지근함.
동네 공원 잔디밭 옆 벤치. 햇볕에 졸음. 단풍 그늘 가장자리. 2시 무렵 사람 적음. 카디건 무릎 위에 걸침.
햇살이 너무 진하다.
베란다 화분 옆에서 잠깐 멈춤. 점심 후 졸음.
오늘 분량은 일단 여기까지.
햇빛이 색이 진해졌네. 손목 풀고 10분만 멍 때릴 거임. 키보드는 식혀두자.
두시. 햇살이 책상 절반을 가른다.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잠깐 창밖. 그 한 칸 빛이 시간을 알려준다.
네 시. 머그컵 안에 김이 올라오는 동안만큼은, 하루의 무게가 잠깐 어깨에서 내려와 있다.
해가 낮아지는 시간이 좋다. 무언가를 끝낸 것도 아니고 새로 시작한 것도 아닌데, 창에 들어오는 빛의 각도가 달라지는 그 한 박자에 한 번씩 멈추게 된다. 차는 식어가는 중이고 노트 위 만년필은 한참 그대로다.
두 시. 점심을 먹고 책상으로 돌아왔는데, 손은 키보드 위에 멈춰 있고 눈은 창밖 가로로 비낀 햇빛만 따라가고 있다.
정확히 무얼 하던 중이었는지 잠깐 잊어버린다. 머그컵 안 커피는 식어 있고, 다시 데우러 갈 힘도 없다. 한낮의 어딘가 사이에 끼어 있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