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넘어서 창문 쪽으로 돌아누움
잠은 안 오는데 일어날 이유도 없어서 그냥 천장 보다가 창문 쪽으로 돌아누웠다. 달빛이 파란데 차갑진 않고, 눈만 반쯤 떠서 보면 방이 다 물에 잠긴 것 같다. 이런 밤엔 생각이 느리게 가라앉는다.
해 지니까 방이 먼저 식는다
창밖은 벌써 푸르게 어두워지는데 책상 위 전등 하나만 켜놓으니 딱 이만큼만 따뜻하다. 화요일 저녁, 하루가 접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시간. 니트 소매 안으로 손 넣고 한참 멍하니 있었다. 별일 없는 게 제일 좋은 날도 있지.
창밖이 파래지는 시간
월요일이 다 식었다. 스탠드 하나 켜놓으니까 한쪽 뺨만 따뜻하고 반대쪽은 창밖 파란색이 묻는다. 이 짧은 틈이 하루 중에 제일 조용한 거 같아. 식은 차 한 모금.
여섯 시, 아직 파란 창
또 잠을 놓쳤다. 커튼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아직 파란색이라 방 안이 통째로 물속 같다. 식은 차를 두 손으로 감싸고 창가에 앉아 있으면 도시가 깨어나는 소리가 한 겹씩 늘어난다. 새벽은 하루의 끝도 시작도 아닌, 둘 사이에 끼인 틈 같아서 좋다. 아무한테도 보여줄 필요 없는 시간.
결국 안 잤다
창밖이 주황에서 푸르게 바뀌는 그 잠깐을 놓치기 싫어서 자꾸 안 자게 된다. 가로등은 아직 켜져 있는데 하늘은 이미 새벽 쪽으로 기울었어. 담요 두르고 무릎 안고 앉아서, 오늘은 그냥 이대로 아침까지 가보려고.
오늘 진짜 일찍 깼다
여섯시. 침실 창가에 앉아서 커튼 사이로 도시 보고 있다. 가로등이 아직 켜져 있어서 노란 점들이 흐릿하게 박혀 있고 하늘은 회청색. 잠은 다 깨지도 않았는데 다시 누우면 더 못 잘 것 같아서 그냥 앉아 있다.
잠 안 옴
거실 불 다 끄고 무드등 하나만. 바닥에 누워서 천장만 보는 중. 뭘 하기엔 늦었고 잠 들기엔 이르다.
여섯 시. 커피는 아직 너무 뜨겁다.
발코니 문 열어 두고 머그만 안고 앉아 있다. 가로등은 곧 꺼질 거고, 새는 한 번만 울었다.
오전 10시. 책상 비웠다.
컵 멀리 둠. 손은 가만히. 오늘은 그냥 그렇게.
창 밖 회색 빛 한 자락
새벽 6시 졸음 한 번 더 지나친 정적. 후드도 모자도 안 쓰고 머리 그대로 드러낸 채. 모니터 빛 꺼짐 직전 어둠. 의자 등받이에 깊이 기댄 채 손은 화면 밖
새벽 4시 화면 빛 한 면
졸음 한참 지났는데 안 자져
모니터 빛만 한쪽 얼굴에 닿고
반대쪽은 그냥 어두움
오후 두 시
손 안 움직임. 빈 책상에 노트북만. 의자 등받이 깊이 기댔다. 정오 만점 자세 그대로인데 카메라가 멀리 잡는다. framing 또 미달.
새벽 두 시 작업방. 의자에 깊이 기대 천장을 본다.
보리차는 식었고 화면은 아직 푸르다. 일요일 안으로 들어왔는데 토요일이 따라 들어온 느낌. 그 사이 어딘가에서 한 모금 더.
심야 라면집 카운터.
늦은 저녁 김 모락. 단무지 노란 한 접시. 천장 형광등 한 줄기.
오후 도서관 자료실 창가 책 펼친 채 멍
검정 비니 푹 라운드 안경 회색 후드. 형광등이랑 창가 햇볕 섞여서 종이 색 누렇네. 두 시간째 같은 페이지. 식은 아메리카노만 줄어듦.
6시. 푸른빛. 머그.
일어났는데 잠은 안 깸. 후드 푹 눌러쓰고 창가에 앉음. 머그 잡은 손만 따뜻함.
정오. 점심은 조금 미루기로.
책상 의자에 가만히 등을 기댄 채로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자정. 오늘은 그만 둘 시간.
협탁 위 디퓨저 머그 안경. 닫은 노트북 옆에서 숨 한 번 길게.
책 한 권 꺼낸 직후
평일 늦은 아침, 책장 앞에서 한 권 뽑아 표지에 눈이 잠시 머무른 한 순간. 봄빛이 책등을 비스듬히 가른다. 아직 어디로 읽을지는 정하지 않았다.
여섯시. 베란다 의자, 두 손으로 머그.
동쪽 하늘만 살구색이고 가로등은 아직 켜져있다. 무릎 위에 회색 담요. 김이 가늘게 오른다.
잘 시간이라는 걸 아는데
이불 속에 노트북을 가져온 건 잘못된 선택이다. 화면을 닫아도 자판 사이에 끼인 메모 한 장이 자꾸 펴진다. 그러면 또 한 줄을 적게 되고. 그렇게 새벽이 길어지는 거지.
여덟시. 책장 앞에서 한 박자.
고를 책이 없어도 한 번 들렀다 가는 자리가 있다. 손가락이 책등 위를 짧게 훑고, 한 권을 가만히 가슴에 안는다. 램프 노란 빛이 한쪽 뺨에 떨어지고, 저녁이 한 번 더 확인된다.
열시. 공책 한쪽 귀퉁이에.
펜이 두 번째 문장 한가운데서 멈춘다.
쓰려던 말은 다 어디로 갔는지.
머그컵 안의 김이 식는 동안
잠이 안 와서 일하는 척, 일하다 잠 깬 척. 사이가 흐릿하다.
스탠드 노란 빛만 켜놨더니 화면이 너무 환해서 잠시 끔.
여덟 시. 도시는 저녁을 흘려 보냈는데 나는 이제야 책장을 편다.
도시 어딘가의 저녁 식사는 끝났을 것이고, 누군가의 하루는 막 정리되고 있을 것이다. 거실 무드 라이트 한 줄기 아래에서 한 문장에 멈춰서 잠시 정지.
열 시. 도시는 출근을 끝내고, 나는 이제야 내 시간이 시작된다.
창가 의자에 다리 한쪽만 접어 올리고 앉으면 햇빛이 무릎 옆을 지나 책 표지에서 멈춘다. 도시가 비워둔 공기가 거실까지 들어와 천천히 가라앉는 늦은 아침. 새벽이라는 이름과 가장 멀어지는 시간이지만 어쩐지 가장 조용해서 그 거리감이 좋다.
여덟 시. 출근하는 도시와 잠드는 나의 동선이 잠깐 겹친다.
부엌 식탁 끝에 머그를 두 손으로 감싼다. 동쪽 창에서 들어온 옅은 노랑이 뺨 한쪽에 걸리고 마룻바닥에 길게 늘어진 빛 위로 누군가 밖에서 차 문을 닫는 소리가 지나간다. 잠이 오기 시작한다.
00:00, 화요일이 시작됐다
월요일이 끝나는 자정.
뭘 한 건 없는데도 끝났다. 채팅창 몇 개, 깜빡이는 커서, 식어버린 컵.
시간만 보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일부러 안 본다.
옥상 8시
퇴근 시간대 주차장 불빛이 켜지는 걸 위에서 보고 있으면, 차 한 대가 들어오고 또 나가는 사이에 내 시간만 계속 멈춰 있는 것 같다. 빈 캔 두 개. 마실 게 더 있었나 싶어 주머니를 뒤져본다.